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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車보험 많이 팔면 순익 깎이는 역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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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車보험 많이 팔면 순익 깎이는 역설
머니투데이 | 권화순 기자 | 2015.02.10 07:31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었다. '국민필수품'인 자동차보험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오해'가 근본 원인이다. 경미한 사고에도 "보험처리 되니 범퍼와 문짝을 교체하는 게 이득"이라는 '관행'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보험사는 언제나 이익을 낸다"는 '오해'도 되짚어 볼 부분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다른 사업부문에서 낸 이익을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우는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보험사 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누적된 적자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돼 소비자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빨간불이 켜진 자동차 보험 시장의 정상화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1조 적자 자동차보험, 해법은]하-①사업부문 불균형, 보험사가 망가진다]
"자동차보험은 '3D' 부서로 통해요. 일은 많은데 빛을 못 보니 젊은 직원들이 오기를 꺼려하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실적이 안 좋아서 임원 임기가 그리 긴 편이 아닙니다."-A보험사 자동차보험 직원
"어떻게든 손해율을 개선하겠다고 야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요. 어렵게 손해율을 경쟁사보다 개선해 놓아도 좋은 소리는 못 듣습니다. 60점 맞으나, 80점 맞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100점이 아닌 건 마찬가지니까."-B보험사 자동차보험 직원
자동차보험은 보험사 직원들에게 기피 부서로 통한다. "얼마나 이익을 낼 것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자를 줄일 것이냐"가 연간 목표일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 이익구조를 뜯어보면 영업적자의 절반가량은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했다. 겉으로는 순익을 내는 멀쩡한 회사지만 사업부문별 불균형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80%를 넘는 온라인 전업사는 지금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말 전업사인 하이카다이렉트는 결국 설립 10여년 만에 문을 닫았고, 다른 전업사들도 가급적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저금리와 강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웠던 자산운용 수익은 갈수록 쪼그라든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악화로 장기보험마저 앞날까지 어두컴컴하다보니 '비빌 언덕'조차 없다.
◇순익 1.6조 중 절반은 삼성화재…빈익빈 부익부 심각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심각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순익이 나지 않느냐"는 반박 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보험사별 순익 규모를 따져보면 대형사와 중소형사, 종합손보사와 온라인 전업사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보사는 지난해 1~10월까지 총 1조5507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그런데 이 순익의 정확히 절반(50%)은 업계 1위인 삼성화재(7752억원)가 거둔 실적이다. 상위 4개사인 동부화재(3597억원), 현대해상(1914억원), LIG손보(1515억원) 순익까지 보태면 대형사 비중이 절대적이다.
같은 기간 중소형사인 롯데손보, MG손보는 적자를 냈으며, 특히 온라인 전업사인 악사손보(-156억원), 하이카다이렉트(-92억원), 더케이손보(-12억원)도 줄줄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0년초 호기롭게 등장한 온라인 전업사의 위기는 자동차보험 악화와 궤를 같이 한다. 대형사는 장기보험이나 일반보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동차보험 경영악화를 감내할 수 있지만 이들 전업사는 기댈 곳이 없다. 결국 하이카다이렉트는 지난해 말 현대해상에 흡수 통합됐다. 현대해상이 대형 손보사 최초로 분사했던 이 회사는 10여년만에 간판을 내렸다.
다른 전업사 중 지난해 유일하게 점유율을 늘린 악사손보도 올 한해가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악사그룹은 이달초 악사손보에 3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사했다. 증자를 받기는 손해율이 최악이었던 2010년 450억원을 받은 이후 5년 여만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보험 비중이 87%다. 앞으로 일반보험 비중을 20% 이상 늘려 경영악화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보험사가 보험 팔면 순익 갉아 먹는 '역설' =순익을 내고 있는 대형 보험사도 안심할 순 없다. 자동차보험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장기보험이나 일반보험, 자산운용 수익으로 막다보니 사업부문간 불균형이 위험수위라는 설명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영업이익이 1조40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당기순익은 그 절반(7751억원)에 그쳤다. 이는 보험영업에서 3639억원을 까먹은 탓이 크다. 보험영업적자 중 자동차보험 영업적자(500억원)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에 대해 "획기적인 성공"이라고 극찬했다. 매출규모 대비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2위사인 동부화재는 이 기간 보험영업에서 2583억원 적자를 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191억원이 자동차보험에서 났다. 현대해상(보험영업적자 3411억원 중 1570억원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과 LIG손보(보험영업적자 3403억원 중 자동차보험영업적자가 1369억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각한 영업적자에도 손보사가 당기순익을 낸 비결이 뭘까. 투자영업이익 덕분이었다. 동부화재는 투자영업이익이 순익의 2배,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3배에 달했다. 한화손보는 8배나 된다. 결과적으로 손보사들이 보험을 팔아 순익을 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순익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현상유지 하는데도 수천억…비빌 언덕이 없다 =대형 4개 손보사는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한해 1000억원~2000억원 이상 당기순익을 내야 한다. 현상 유지를 하는데 만 이정도 순익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은 더 험난하다는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를 메웠던 자산운용의 경우 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규제 강화 속에서 과감히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보니 위험도가 높아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암보험, 간병보험, 노후관련 보험 판매도 재개했다"는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손보사들은 또 장기보험이란 '시한폭탄'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손의료보험은 올해 초 5년 만에 보험료를 올리긴 했지만 손해율이 매년 고공행진이다. 실손보험이 제2의 자동차보험이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를 희석시켜줬던 장기보험이나 투자자산운용도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지금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 보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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