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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27원' 할아버지의 죽음, 기초연금 받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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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27원' 할아버지의 죽음, 기초연금 받았다면..
[취재여담]'잔고 27원 고독사' 초래한 기초연금의 빈틈…사실상 기초연금 못받아
머니투데이 | 신현식 기자 | 입력 2015.02.11 05:31 | 수정 2015.02.11 10:57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취재여담]'잔고 27원 고독사' 초래한 기초연금의 빈틈…사실상 기초연금 못받아]
연탄재와 컵라면, 고독.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 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모씨(79)는 숨지기 직전까지 지독한 고독과 싸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가을 이후에는 인근 주민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연탄재로 안부를 짐작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를 못 본지 꽤 오래됐어. 지난 가을쯤에 본 게 마지막 인거 같아. 항상 집 앞에 연탄재를 쌓아뒀는데 이상하게 올 겨울엔 한 번도 연탄재를 내놓지 않았어. 아파서 기력이 없어서 내놓지 못한 것 같아."(인근 주민 A씨)
↑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촌 밀집지역(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사진=뉴스1
쪽방촌 노인들에게 연탄은 생존의 필수품입니다. 연탄재는 생존을 증명해줍니다. 화장실도 없는 다섯평 남짓한 쪽방에서 장씨는 지난해 가을 구청에서 가져다준 연탄으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장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거동이 힘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 주민 B씨는 "장씨가 지난해 여름 '아들을 보러 간다'며 양복을 빼입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여름까지는 거동이 가능했던 걸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기력이 급격히 쇠한 것은 지난 1월 폐결핵으로 병원에 보름 가까이 입원한 이후로 보입니다. 장씨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 C씨는 1월말쯤 장씨가 '연탄을 집 안으로 옮겨 달라'거나 심지어 '컵라면에 끓는 물만 부어놓고 가달라'는 부탁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사회복지사 C씨는 "지난달 30일 새벽에는 장씨가 전화해 '연탄불이 꺼졌다. 갈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며 "계속 먹을 것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봐서는 삶의 의지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겪었을 고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전화요금 고지서입니다. 장씨 집밖에 나뒹굴고 있던 고지서에는 지난해 12월 이동전화에 건 통화료가 58원, 국내 음성 통화료가 813원 청구돼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교류를 위한 전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통화만 한 것으로 보입니다.
타인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나날.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신체. 죽음은 시시각각 다가왔습니다. 장씨가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목격된 것은 지난 1월초였습니다.
1월 중순경 퇴원한 장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30만원짜리 병원비 고지서였습니다. 동사무소는 장씨가 의료급여 대상자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의료비 본인부담금은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추가 의료비 지원도 없었다고 합니다.
10여일 입원비로 30만원이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30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의 30만원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기초연금 등 49만원의 정부 지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장씨입니다.
병원비 탓인지 쪽방에서 발견된 장씨의 통장 잔고는 27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병원비를 현금으로 계산하고 생활비가 뭉텅 줄었을 장씨가 느꼈을 곤란함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인근 주민들은 장씨를 '키는 크고 꼿꼿하며 회색 양복에 바바리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영국신사였다'고 기억했습니다. 사회복지사 C씨 역시 "장씨는 단 한번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았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쪽방촌의 고독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꼬장꼬장함을 잃지 않았을 장씨의 평소 성격이 읽혀집니다. 그런 그가 30만원의 병원비를 현금으로 낸후 통장에 남아있을 잔고를 떠올리며 느꼈을 참담함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한 시민단체는 장씨의 죽음 앞에 성명을 냈습니다. 기초연금에 제도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빈곤사회연대는 10일 성명을 통해 "만약 장씨가 실질적인 기초연금을 받았다면 의료비 부담이 그나마 줄었을 것이며 최소한 통장에 27원만 남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거노인들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49만원을 받는데 기초연금 20만이 나오면 총액이 69만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로 49만원이 됩니다.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해 기초생활수급비에서 20만원을 제외하기 때문입니다. 장씨에게 20만원은 30만원만큼 컸을 겁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십여일만에 장씨는 숨졌습니다. 장씨의 유족들은 시신발견 사흘만인 지난 9일 시신을 인계받아 빈소를 차렸다고 합니다. 저승에서나마 평소 좋아했다는 떡만둣국과 물만두를 많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제2, 제3의 장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독사는 점차 늘어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외로움 끝 고독한 죽음을 더 이상 개인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신현식 기자 hs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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