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암 보장" 재발·전이암은 보장 안돼
허위·과장 방송 일삼으며 年 수천억원 수수료 수입… 필수 사항은 날림으로 안내
당국 "생방송 폐지하고 사전심의 거치는 방안 검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암의 종류가 약 300 가지입니다. 모든 암을 보장합니다." (롯데홈쇼핑)
"55, 60, 65, 70세 연금 개시 이후 100세 보증 지급형 상품입니다. 연금이 끊기는 날은 고객님의 사망일이세요."(GS홈쇼핑)

홈쇼핑 업체들이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보장 내용을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을 일삼아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론은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한 달간 GS·롯데·현대·CJO·NS 등 5대 홈쇼핑사들의 생명·손해보험 상품 21종에 대한 보험 판매 방송(38회)을 전수조사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이 기간 중 생명·손해보험협회의 광고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43건에 달했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홈쇼핑 업체들이 보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과도하게 구매를 유도하거나 소비자들이 전혀 이해를 못 하거나 오인할 만한 정보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 상품, 과장·왜곡해 판매하는 홈쇼핑 업체
TV 홈쇼핑사들은 입담이 좋은 쇼호스트를 등장시키고 '째깍째깍'하는 초시계 소리를 틀어가며 보험 상품 판매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기법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연평균 140만여명이 홈쇼핑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홈쇼핑사들은 판매수수료로 매년 400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TV 홈쇼핑들이 허위·과장 방송을 일삼는 바람에 불완전 판매가 갈수록 늘고 있다. 홈쇼핑의 보험 상품 불완전 판매에 의한 민원 건수는 2013년 7149건에서 2014년 1만2522건으로 대폭 늘었다.

조사에 따르면 롯데·GS·현대·CJO 등은 8월 한 달간 암보험 상품을 팔면서 "감기에서 암까지 보장" "세상의 모든 암을 보장한다"고 네 차례 방송했다. 그러나 실상은 재발암과 전이암은 보장되지 않고, 감기도 보장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은 치아보험을 팔면서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전화를 걸면 모두에게 반찬용 찬기 세트를 사은품으로 지급한다"고 방송했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5분 이상 상담을 받고 홈쇼핑 회원 가입을 해야 사은품이 지급됐다. "보험금으로 창업하세요" "치료비로 쓰고 남은 보험금으로 생활비로 쓰세요" 등 소비자를 호도하는 설명이 난무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최근 3년 이내에 발표된 관련 통계를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하고, 2005년 암 환자 1인당 비용 부담금, 2008년 초·중·고교생 평균 충치 개수 등 7~10년 전 낡은 자료를 인용했다.
◇금융 당국, "사전 심의 거친 녹화방송만 허용 검토"
홈쇼핑 업체들은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방송 시간을 한 시간으로 편성하지만 보험 상품의 기본 내용에 대해 숙지하기 어렵게 방송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한 시간 중 광고에만 평균 15분(25%)을 할애했고, 보험료·진단비·납입기간·해약환급금 등 반드시 안내해야 할 20개 항목에 대한 '필수 안내 사항'은 깨알 같은 자막과 '속사포' 음성으로 평균 1분49초만 방송했다. 금소연 조사원들이 안내 자막을 차근차근 읽은 결과 평균 3분30초, 이해하고 읽는 데는 4분가량 소요되는 내용을 날림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소연 측은 "30%를 차지하는 광고 시간을 10~15%로 낮추고, 필수 안내 사항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업체들의 날림 판매가 계속되는 이유는 손해·생명보험협회들의 부실 심사 때문이다. 보험협회들은 미리 녹화분인 '필수 안내 사항'만 사전에 심의하고, 쇼호스트의 즉흥적 대사가 포함된 생방송은 사후 심의를 한다.
규정을 위반하면 홈쇼핑 업체에 구두 경고를 하고, 2회 이상 반복되면 최대 5000만원(광고는 1억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보험사들의 이익 단체인 보험협회에서 방송을 심의하고 제재하기 때문에 처벌이 미미하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홈쇼핑 업체에 물린 과태료는 1억2350만원(13건)에 불과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홈쇼핑 보험의 생방송을 폐지하고 사전 심의를 거친 녹화분만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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