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은 전국민에게 적용되지만 실제로는 각 가정에서 지출하는 의료비의 63% 수준만 건강보험으로 충당된다. 나머지 37%(급여 본인부담금 포함)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개인이 부담하거나 실손보험 보장으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필수 진료 상당수가 비급여 항목인데다 비용 부담도 크다는 것.
필수적인 진료인데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이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는 여러 질병의 진단과 치료시 필수적인 검사인데다 한 환자가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확인자나 의심환자에만 급여 항목으로 인정되고 대부분은 비급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초음파 검사 비급여 의료비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1조38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비급여 의료비의 12.3%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다.
초음파 검사가 필수 의료인 만큼 건강보험 혜택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최근 임산부 초음파 검사와 신생아집중치료실 초음파 검사에 대해 일부 급여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임산부는 산전 7회까지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볼 수 있다. 위와 대장 검사를 위한 수면내시경도 광범위하게 활용되지만 비급여 항목이다. 수면내시경 진료 비용은 병·의원별 6만~17만원 수준으로 만만치 않다. 한번 이용할 때마다 거액이 드는 △대부분의 충치 치료와 치과 보철료, △MRI 진단료, △시력교정술료, △양수 염색체 검사료 등도 모두 비급여 항목이다.
암처럼 중대한 질병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여부에 따라 환자와 환자 가족의 ‘운명’까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5월에 급여로 분류된 폐암 치료제 ‘잴코리’가 대표적이다. 잴코리는 말기 폐암 환자의 항암 치료제로 1년 약값만 한 환자당 1억2000만원에 달한다.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받기 전까지만 해도 한달 약값이 1000만원에 달해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됐다. 급여로 인정된 후부터는 한달 약값 부담이 37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국민 의료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급여, 비급여 결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권한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약제가 급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단계 식품의약품안전처(의료기기법 등)와 △2단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료법)를 거쳐 마지막으로 △3단계 건정심을 통과해야 한다.
건정심에는 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사협회, 약사회 등 8명의 공급자 대표와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8명의 공익 대표, 근로자 대표와 시민단체 등 8명의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가 참여한다. 건정심 위원들은 위급성, 치료 효과, 대상 환자 수, 비용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진료의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의사와 정부 관계자 위주로 구성된 건정심은 비용 대비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대상 환자 수가 많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의료 행위는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구조적인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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